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낡은 집

박상화 0 1,093

 

 

 

혼자 강가에 앉았으면 
온 종일 어디서 망치소리만 들려 
손 더듬으면 없는 
못주머니, 아직 
비계飛階에 앉아 있는 것만 같은데 

평생 새집만 지었지 
낡은 집은 지어본 적 없었던 나라에서 
낡으면 철거되는 집처럼 
지난 겨울 냉방에서 혼자 죽어간 사람 
떠돌다 어디 현장에서 만나 
양말 빨아널고 사이좋게 코골던 
울 형님 아니었을지 
  
시방도 스레트를 이고 
외따로 떨어진 칫간이 먼 낡은 집 
문지방도 문설주도 반들반들하고 
대청마루 야무지게 물려 
창호에 낀 조그만 유리로도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 환하던 집 
아궁이 불을 때면 
굴뚝 연기 하늘에 고하고 
뒤울에 선 큰 감나무보다도 
먼저 지어진 집 
겨울은 들 너머 엎디어 버티고 
봄은 구들 밑에 깔고 앉던 집 
아지랑이 뒤로 아른아른하고 
천지를 울리던 여름 장마에도 끄떡없던 집 
  
먼데서 
봄 볕 오거든 
그 집에 먼저 들러 인사하고 가던 집 
그 집 에둘러 
우체부가 멀어지면 
봄을 앓던 누가 
베갯잇 적시다 
적시다 
살구꽃 한잎처럼 바람에 날려간 집 

 

 

2016.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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