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낡은 집
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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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4 13:59
혼자 강가에 앉았으면 온 종일 어디서 망치소리만 들려 손 더듬으면 없는 못주머니, 아직 비계飛階에 앉아 있는 것만 같은데 평생 새집만 지었지 낡은 집은 지어본 적 없었던 나라에서 낡으면 철거되는 집처럼 지난 겨울 냉방에서 혼자 죽어간 사람 떠돌다 어디 현장에서 만나 양말 빨아널고 사이좋게 코골던 울 형님 아니었을지 시방도 스레트를 이고 외따로 떨어진 칫간이 먼 낡은 집 문지방도 문설주도 반들반들하고 대청마루 야무지게 물려 창호에 낀 조그만 유리로도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 환하던 집 아궁이 불을 때면 굴뚝 연기 하늘에 고하고 뒤울에 선 큰 감나무보다도 먼저 지어진 집 겨울은 들 너머 엎디어 버티고 봄은 구들 밑에 깔고 앉던 집 아지랑이 뒤로 아른아른하고 천지를 울리던 여름 장마에도 끄떡없던 집 먼데서 봄 볕 오거든 그 집에 먼저 들러 인사하고 가던 집 그 집 에둘러 우체부가 멀어지면 봄을 앓던 누가 베갯잇 적시다 적시다 살구꽃 한잎처럼 바람에 날려간 집
2016.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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