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기살던 영이는
중학교 2학년 열다섯살 가출소녀
아빠는 아프고
동생은 셋
친구따라 청량리행 밤기차를 타고
철조망 높던 미아리 공장으로 간 아이
언 팔뚝 내 놓고
취객 꼬시다
돈대신 끌려간 미숙이년은
원주 학성동 사십계단 산동네
말 못하고 좋아했던 봉식이
술이 떡이 되서 울기만 하고
친구 대신 병을 깨든 만수놈
대가리 터져서 응급실 실려갈 때
목포 뒷골목 흐린 판자식당
수십개 반찬상에
꼬막접시가 환하더라
먹고 살고
시집 장가 가 애기도 안아보고
설이면 고향도 가보고
사람처럼 살고 싶다고 짧은 혀가 꼬부라지던
안양시장 용호도 이 골목을 떴다
골목은 골목으로 이어지고
우리는 영영 빠져나가지 못하는 골목이
자꾸만 철거된다
어디로 가야하나
시든 불빛, 이 빠진 네온사인 질척한 골목을 돌면
껌껌한 골목
텅 빈 골목
또 다시 숨찬 골목
하늘로 가는 계단, 아니면 막다른 골목
어느 불꺼진 방에서
더 이상 꺾어지지 못하고
길이 막힌 정비사 김씨
201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