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7살이면 나무를 해 와야 밥을 준다고
작은 지게를 만들어 지워
내 몰았다, 혼자가기 무섭다고 징징대는
손주를 앞세워
눈보라 휘날리는 산 등성이 홑겹으로 앉아
지게에 삭정이 한짐 채울 때까지
흰머리를 날리며 실을 감으셨다
화가 나면
화로고 요강이고 마당으로 내동댕이 치고
부젓가락으로 머리통을 후려 갈기기도 하셨다
그 불같은 성미에
아들과 손자가 모두 유순하였다
소처럼 눈만 끔벅끔벅 하며
가자는 대로 끌려가 죽었다는 말을
문 걸어 잠그고 석달
울면서 믿지 않으셨다, 살아서 돌아올 거라고
죽었단 소리하는 놈은
주둥이를 찢어 놓겠다고
살구재 너머 그 구덩이
마흔 쉰 시체가 섞여 썩어 형체를 알 수 없는
40리 짝두골에는 가지 않으셨다
살아서 돌아올 거라고
일자로 다문 입을
돌아가실 때까지 풀지 않으셨다
2016.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