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10월 - 큰할머니

박상화 0 1,062

 

 

7살이면 나무를 해 와야 밥을 준다고

작은 지게를 만들어 지워 

내 몰았다, 혼자가기 무섭다고 징징대는

손주를 앞세워 

눈보라 휘날리는 산 등성이 홑겹으로 앉아

지게에 삭정이 한짐 채울 때까지

흰머리를 날리며 실을 감으셨다

 

화가 나면 

화로고 요강이고 마당으로 내동댕이 치고

부젓가락으로 머리통을 후려 갈기기도 하셨다

 

그 불같은 성미에

아들과 손자가 모두 유순하였다

소처럼 눈만 끔벅끔벅 하며

가자는 대로 끌려가 죽었다는 말을

문 걸어 잠그고 석달

울면서 믿지 않으셨다, 살아서 돌아올 거라고

죽었단 소리하는 놈은 

주둥이를 찢어 놓겠다고

 

살구재 너머 그 구덩이

마흔 쉰 시체가 섞여 썩어 형체를 알 수 없는

40리 짝두골에는 가지 않으셨다

살아서 돌아올 거라고

일자로 다문 입을 

돌아가실 때까지 풀지 않으셨다

 

 

2016.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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