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10월 - 너를 버리고

박상화 1 1,044

 

 

엄마는 날 버렸어요

내게 입이 있기 때문에

 

이웃집 동무가 싸리울에 기댄채

입안에 파리를 물고 일어서지 않던 날

 

그 애는 거적에 싸여 지게를 타고 가고

나는 먼 시장 골목에서 엄마 부르며 울었지요

 

어른들 사이를 걸을 땐

키 큰 숲속을 걷는 것 같았어요

 

시든 무꼬랑지를 씹으며 걷다가

주저 앉은 채 잠이 들어도

 

아무도 허리를 숙여 나를 봐주지 않았고

어른들은 자기의 입들을 채우느라 바빴어요

 

모르겠어요

나는 입 때문에 죽었을 거예요

 

 

2016.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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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 1946년부터 빈곤이 극심해지자,
서울역등 여기저기 아이들을 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의성 서부장터인 안계5일장에서도 그러했을 것이다.
아들을 살리려 딸을 버렸을 테고,
아비가 굶어죽자 아기를 바렸을 테고,
누군가 데려가 밥을 먹이길 바래며 버렸을 지도 모른다.
그 사연들은 어미 입에 묻혀 영영 나올 수 없겠지만,
아이들의 증언인양
버려진 아이들이 시장골목에서 죽어가고
치워졌다는 기록은 남았다.
어른들이 자기들의 입을 채우느라고
아이들을 버리는 경우는
지금도 얼마나 많은가
다만 지금은 아이들을 시장이 아니라 방에 버리고
찾지 않는다는 점만 다를 뿐.
집은 이미 길을 찾을 수 없는 미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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