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춘묵春墨

박상화 0 1,047

 

 

새들은 뿌려진 먹물처럼 날아 올랐고

나무는 번지는 농담濃淡처럼 자랐다.

햇살은 나무사이를 기웃기웃

새들을 날려버린 바람은

늘어진 능수버들에게 가서

다른 나무들 모두 솟구치는 데

왜 너만 고개를 숙이고 섰느냐고

이파리를 흔들었다

그 봄에

고개 숙인 친구를 두고

먼 길을 떠나 왔었다.

먼 길이었다.

친구를 떠난 세상은 서러웠다.

언제 돌아갈 수 있느냐고

창백한 달이 밤마다 물었다.

검은 까마귀가 아침마다 물었다.

낯선 땅에 박혀 콜타르조차 하얗게 마른 전봇대처럼

그리움은 뼈만 남기고 삭아

대답할 수 없었다. 

여섯개의 봄이 모두 고개를 숙이고

일곱개의 바람에 흔들렸다. 

 

 

20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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