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새들은 뿌려진 먹물처럼 날아 올랐고
나무는 번지는 농담濃淡처럼 자랐다.
햇살은 나무사이를 기웃기웃
새들을 날려버린 바람은
늘어진 능수버들에게 가서
다른 나무들 모두 솟구치는 데
왜 너만 고개를 숙이고 섰느냐고
이파리를 흔들었다
그 봄에
고개 숙인 친구를 두고
먼 길을 떠나 왔었다.
먼 길이었다.
친구를 떠난 세상은 서러웠다.
언제 돌아갈 수 있느냐고
창백한 달이 밤마다 물었다.
검은 까마귀가 아침마다 물었다.
낯선 땅에 박혀 콜타르조차 하얗게 마른 전봇대처럼
그리움은 뼈만 남기고 삭아
대답할 수 없었다.
여섯개의 봄이 모두 고개를 숙이고
일곱개의 바람에 흔들렸다.
201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