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꽃신을 신고 싶다고 했지, 아무도 못듣게
아주 조그만 목소리
아주 조그만 발을 흔들면서
바람이 대밭에 걸리는 소리
하늘도 대밭에 걸려 어둡고 비가 내릴 때
네 맨발을 덮어주지 못하고
대밭 뒤로 숨던 어둠
부러진 죽창에 찔려
검은 피 흘리던 어둠
너를 잃은 엄마의 입 안에는
가시가 가득 고여있었지
꽃신을 신고 싶다고 했어, 아무도 못듣게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지 못하는
네 하얀 발에
바람을 타고 온 꽃잎이 뿌려질 때.
2016.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