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10월 - 1월의 가시가 돋다

박상화 1 1,535

 

 

 

떨리는 문풍지에 겨울바람이 고여

빈 방은 풍등처럼 떠다닙니다

 

오래 굵은 나무 쩍쩍 부러지고

인적 없는 골짜기 흰 눈두덕 아래

떨다 지친 겨울이 녹아 흐릅니다 

 

봄 물결 위에

복수초 화관을 얹어 주리

야윈 어깨에 납매가 피면

소맷깃 개나리 번져 올리고

어둔 빛 치마 폭에 

알싸한 생강나무꽃 퍼질 때

노란 수선화 꽃신

같이 가자 나설 것을 생각합니다

 

오지않는

그대를 기다리는 빈방

찬물 한사발 겨울바람에 묶여 미동도 없습니다

 

희끗한 머리에 가시오가피관을 쓰고

그대의 야윈 등에 세상은 몇개의 탱자 가시를 박았는지

삭은 소매 아래 엄나무 가시

붉은 입술을 뚫고 나온 장미가시

찔레꽃 하얀 이를 물 때마다

하나씩 돋아 나온 그대의 가시들

 

가시와 가시 사이에 겨울 눈을 숨긴 아카시나무처럼

대추나무 밑둥같은 거친 삶을 

버티던 그대와 나

 

쌀을 구하러 나섰다가

오지 않는 그대를 생각합니다

이불을 깔아 놓고

파랗게 얼어 돌아오면 눕히리라고

눈 깜박일 때마다

번쩍번쩍 아침이고 밤이 다시 오는 것을 

석장승처럼 우두망찰 기다렸습니다

 

가슴 가운데 탱자나무가 돋아

떠가는 빈 방 가득 가시울을 치고

호랑나비 한마리

울 안에 앉았다가 날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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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10월 연작이라 제목이 저렇습니다. 나중에 연작 제목이 정해지면 다시 바뀔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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