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10월 - 그 감나무

박상화 0 1,134

 

 

 

왜놈들에게 형님을 빼앗기고

악다구니를 하다

술을 마시고 취해

부여잡고 서럽게 울던

그 감나무

 

쫒기던 밤, 어둠을 파고들어 웅크릴 제

졸듯 흐린 가로등 길목을 비추고

혼자 처연히 안개 속을 기다리던 

그 감나무

 

해방의 소식을 듣고

터지는 가슴에 페달을 밟던 내가

그대를 안으려

낡은 자전거를 던지듯 기대인

그 감나무

 

굶주리다 못한 그대가

어린 것을 데리고 거리를 나가

쌀을 달라 외치던 

그 10월 2일, 성난 군중이 총맞아 죽고

성난 군중에게 순사가 맞아 죽는

무서운 광경을 보고 돌아와

파랗게 떨며 짚던

그 감나무

 

예비검속으로 끌려갈 때도

우리집 대문 앞에 

언제나 서서

도토리종지 같은 우리 가정을 내려다 보던

그 감나무

 

낯선 산 속

캄캄한 폐광에서 

신음소리, 피비린내에 묻혀

죽어가면서

죽어가면

보고싶은 그대, 우리 딸

그리고 햇살 환한 대문 옆에 선 

그 감나무

 

 

2016.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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