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왜놈들에게 형님을 빼앗기고
악다구니를 하다
술을 마시고 취해
부여잡고 서럽게 울던
그 감나무
쫒기던 밤, 어둠을 파고들어 웅크릴 제
졸듯 흐린 가로등 길목을 비추고
혼자 처연히 안개 속을 기다리던
그 감나무
해방의 소식을 듣고
터지는 가슴에 페달을 밟던 내가
그대를 안으려
낡은 자전거를 던지듯 기대인
그 감나무
굶주리다 못한 그대가
어린 것을 데리고 거리를 나가
쌀을 달라 외치던
그 10월 2일, 성난 군중이 총맞아 죽고
성난 군중에게 순사가 맞아 죽는
무서운 광경을 보고 돌아와
파랗게 떨며 짚던
그 감나무
예비검속으로 끌려갈 때도
우리집 대문 앞에
언제나 서서
도토리종지 같은 우리 가정을 내려다 보던
그 감나무
낯선 산 속
캄캄한 폐광에서
신음소리, 피비린내에 묻혀
죽어가면서
죽어가면
보고싶은 그대, 우리 딸
그리고 햇살 환한 대문 옆에 선
그 감나무
2016.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