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10월 - 뼈를 내밀다

박상화 0 1,078

 

 

 

임자가 찾아가지 않은 시신은 

금굴에 한꺼번에 갖다 넣은거지

파고 묻을 수가 없으니까

 

나무하러 온 사람들이 보니까 

금굴에 뼈가 나와 있더란다

 

 

때리고 잡아 가두고 쌀을 빼앗아 가던  

그 여름

배고파 우는 기나긴 매미소리에

하얗게 말리던 뼈

 

콜레라는 극심한 구토와 설사, 탈수때문에

환자는 미이라처럼 바짝 말라서 죽었다 

배곯고 기운 없이 누워있으면 콜레라 환자라고

죽음의 골짜기에 내다 버릴까

말라 비틀어지던 쭉정이같은 삶에서조차 격리될까 

두려워 떨던 그의 뼈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쌀을 달라

울면서

어린 것들과 어지러운 거리를 걷던

그 뼈

 

죽어서도

쌀 좀 달라고

흙 밖으로 불쑥 내민

 

비 오고 

눈 내리고 

바람이 불고

삭아 

뭉개져 

덮여 흙이 되도록 오랜 세월

아무도

아무도

찾아 추려 맞잡아주지 않았던

그이의 뼈

 

살아 배곯고

죽어 외롭던 뼈, 아버지

아버지, 죄송합니다 울며 걷던

내 그늘마다

불쑥 불쑥 내밀며

나 좀

나 좀 잡아다오 가는 목소리로

떨며 잦아들던 

그 오랜 뼈

 

 

 

2016.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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