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할아버지는
오른손으로 왼손을 묶어
무거운 뒷짐을 지고
오랜 시간을 거슬러 가듯
한발 한발 눌러 밟으며
산을 올랐다
경남 의령군 정곡면 막실고개
1950년 7월, 흙먼지에 떠밀려
트럭이 오고 또 트럭이 왔다
검은 얼굴, 죽음을 보는 흰 눈빛
보도연맹으로 묶인 사람들은
뒷결박을 지고
이승에서 저승으로 뛰어 내리는 순간처럼
트럭에서 내리고 또 내렸다
줄줄이 엮어 산으로 끌고 가려는데
북망산 길, 도살장 입구
공포에 질린 눈빛들이 안 가려고 버티니까,
- 큰길에서 풀어줄 수 없으니 산에 가서 풀어준다,
- 살려준다,
살려준다, 살려준다는 속삭임에
말을 알아듣고 말을 믿은 양민들
숨조차 참아 오른
길 없는 산 속
탕탕탕
한참 있다가
다시 한번 탕탕
키가 작은 아이가
제 아비 대신 와서 죽었다 한다
키가 작아
안 죽고 넘어져 있으니까 탕탕
중학생인가, 고등학생인가
학생이라 카드라, 운동화를 신고
2016.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