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찬찬한 보도블럭도
곧게 뻗은 아스팔트도
모두 절벽이었다, 우리에겐
광고판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의 그늘 위에서
보이지 않던 절벽을 허리춤에 묶고
보이는 절벽에서 호소한다, 우리는
일을 시키고 이윤을 가져가는 자
누구인가
법을 희롱하여 법질서를 어지럽힌 자
누구인가
살을 깎은 한종지 소금밥을 빼앗는 자
누구인가
광고판 위에서, 목숨을 묶고 머리를 깎고
내 몫의 밥을 돌려달라며 단식을 한다, 우리가
가혹하구나, 재벌의 수족이여
절벽에 매달린 목숨보다 무서운 착취여
201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