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쪽방의 기도

박상화 0 1,026

 

 

 

동춘하추

동춘하추

 

이 몸 어릴적 추웠으니 

풍성한 갈볕을 타고 떠나게 되기를

비옵는 것인데

 

춘하추동

춘하추동

 

어쩌라고 자꾸

어릴적 그 춥던 밤이 봄이었다며

눈서릴 밟고 떠나리라 하시옵는가

 

하추동춘

추동춘하도 나쁘지 않사오나

이 몸 춥게 나서 

무덥고 길었던 길 오래 걸어왔느니

이젠 너무 지치고 피로하옵나니

뜨거운 눈물처럼 불쌍히 여기소서

 

동춘하추

동춘하추

 

벽도 벽답지 않은 쪽방

노인이 언제 떠나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201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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