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동춘하추
동춘하추
이 몸 어릴적 추웠으니
풍성한 갈볕을 타고 떠나게 되기를
비옵는 것인데
춘하추동
춘하추동
어쩌라고 자꾸
어릴적 그 춥던 밤이 봄이었다며
눈서릴 밟고 떠나리라 하시옵는가
하추동춘
추동춘하도 나쁘지 않사오나
이 몸 춥게 나서
무덥고 길었던 길 오래 걸어왔느니
이젠 너무 지치고 피로하옵나니
뜨거운 눈물처럼 불쌍히 여기소서
동춘하추
동춘하추
벽도 벽답지 않은 쪽방
노인이 언제 떠나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2015.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