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출근하는 꿈을 꾼 아침은
벗어 놓은 매미허물이 된 것 같다
꿈 속에서 나는 행복했었느니
무릎 걸음으로 돌아가는 그곳을
노예의 학대를 벗고
서서 살겠다던 각오는 망상이었던가
원래 돼지였던 것이 인간이 되는 꿈을 꾸었던 것일까
깨고나면 찬바람이 앞머리를 쓸어주는 거리
식구에게 미안해서
꿈 속에서라도 무릎걸음으로 돌아가고자 하였던가
아, 달달한 노예의 꿈이여
이를 갈아부치고 울던 날들을 뼈에 새기지 못하고
어쩌자고 그럴듯한 허물이 그리웠을까
아내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가 걸린걸까
눈을 맞추지 않는 아이가 박힌걸까
찬바람에 뺨을 베고 앉아
깊은 한숨으로 후회하는 허물의 꿈
2015.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