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성탄의 전야前夜

박상화 0 1,185

 

 

창너머 밤이 와 서면 내가 보인다

나는 밤 가운데 서 있다

밤은 누구의 긴 그림자인가

 

가 보지도 않고 글을 쓴다고 나를 손가락질하던 자들이 있었다

발바닥으로 통점痛點을 딛고

손가락을 마주 섞지 않고 쓰는 글은 거짓이라 하였다

그래

이렇게 멀리서 그대의 고통을 어떻게 어루만지리

같이 추위에 떨어보지 않고

떨구어지는 눈물은 거짓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멀리서

그대의 소식을 보는 내 눈은 어떻게 일렁이는가

나는 왜 괴로운가

 

부러져 나간 자리에는 언제나 옹이가 생기게 마련이다

마음결 가운데 박힌 옹이가

사람을 끌고 간다

 

살고 싶다고 울던 너는 죽고

죽고 싶다고 뇌던 나는 살아있다

 

희망의 시는 도처에 떠다닌다마는

이제 sns의 시들은 도무지 희망이 되지 못한다

 

희망과 격려를 보내는 가난한 연대의 시는

남루襤褸일 뿐이고

후원계좌에 송금하는 사람들의 금액은 

고맙게 반짝인다

자본과의 전쟁에도 자본이 필요하다

돈을 주는 동지에게 더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언제부터

돈은 마음의 표상이 되어 

시의 의자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는가

 

시간과 시선을 움켜쥐던 시의 힘은

쌓인 먼지에 얹힌 정자관程子冠이 되었고

지금은 금전의 숫자가 눈부신 시대

 

그러나 

빛은 모두가 품고 있는 것

해로부터 부여되는 것이 아닌 것

 

나무가 가진 순연純然​의 빛을 가리는 크리스마스 전구에

세상이 다 가려진 오늘은 성탄의 전야

 

 

201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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