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마른 밥물이 되신 할머니의 상갓집
마당엔 알전구가 환했다.
사고로 작은 아들을 잃고
밭, 아니면 술 앞에만 앉아있는 사촌 매형
- 세상이 재미가 없드라
억척등성이 너머 억척밭 억척이랑에서
땅강아지가 된 매형.
밭돌멩이같은 손이 따라주는 슬픔은 맑았다.
악착같이 우는 벌레소리, 밤 그늘에
취하지 못하고 텅 빈 탄피만 쌓여 갔다.
두어 상床 건너 화투치는 패의 웃음과 탄식이
뜨고 다시 잠기는
버려진 부표처럼
왁자했다 고요하고 다시 왁자했다.
세상도
그저 왁자한 것으로 슬픔을 잠재운다 싶은 생각이
서늘하였다.
돌아가는 길에
빌딩마다 내 걸린 조등, 조등弔燈.
2015.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