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조개사 개구리는 화쟁화쟁 운다

박상화 0 1,143

 

 

 

조개사 개구리는 화쟁화쟁 우는데, 

머리엔 털이 없고, 생 이빨에 털이 났다. 

개떼를 피해 절간을 파고 든 사슴이 있었다. 

목탁 소리마다 가시방석인 사슴에게 이 개구리가 화쟁이라 울었다. 

어제는 슬픔에 정신을 놓고 있다가, 

내 오늘 이 신기한 개구리들에게 묻는다.

 

굶주린 개떼에게 사슴을 내주고 대화로 해결하라는게 화쟁이냐, 

개떼가 사슴을 결박해 끌고가는걸 배웅하는 게 화쟁이냐, 

절간에서 피를 보지 않았으니 화쟁이냐, 

해고되고 매맞고 구속되고 백날천날 피딱지 피멍이 가라앉질 않는 힘없는 중생을 호환보다 무섭다는 탐관오리에게 묶어 바치고 탐관오리의 판결을 따르라는 게 화쟁이냐, 

힘센 놈이 약한 놈 잡아 먹는게 자연의 이치라면 약한 놈 편을 드는게 자비일진대, 절간에선 싫으니 나가서 싸우라고 내쫒는게 화쟁이냐, 

사슴이 없으면 개떼가 굶어 죽을테니 개떼를 먹여 살리는게 불살생이냐, 

자비도 없고 불살생도 없고 개떼의 무장을 해제하지도 않으면서 야단법석 날 일만 없으면 청정도량이냐, 

화쟁, 화쟁, 지옥불에 앉아 최루탄 물대포를 맞아야 그 빌어먹을 화쟁공염불을 그칠것인가, 

중생이 아귀지옥에서 피눈물을 흘리는데 따뜻한 극락에 앉아서 고요히 식은 방귀나 흘리는 게 대가리 깎은 자들의 염원이란 말인가. 

불살생의 계를 범하고도 범한 줄도 모르니 

똥 친 작대기는 똥이라도 치지, 저 금빛 썩은 가죽봉다리를 어디다 쓴단 말이냐.

이름으로 옷으로 명함으로 색칠만 잘하면 단청이고 불사냐, 

그 꼬라지가 싫어 보리수 밑으로 출가한 이가 누구냐, 누구냐, 

이 화쟁화쟁 개구리처럼 울다 디질 화상들아. 

조선시대 명운 끊어질 불씨들 숨통 끊으려 했던 게 누구냐. 

그 불자를 살린게 누구냐, 설곳을 모르면 은혜라도 갚어야지, 

그러고도 이 땅에서 천년을 이어왔다 할거냐, 

중생없는 먹옷이 가당키나 한거냐, 

울력은 않고 염불로만 노릇이라. 

걸식천년, 자승자박의 인이 박혔구나.

 

개구리와 기러기가 같은 소리로 우는

화쟁화쟁 쓸쓸하고 추운 겨울 날이었다.

 

201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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