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빈 손

박상화 0 1,021

 

 

아버지의 손이 제일 부자였을 땐

밤새 집을 때려부수고

도시락 대신

빵 사먹으라고 백원짜리 동전을 내밀던 그 때였다.

 

장군대신 목수였던 아버지

나무를 잡기 위해 쇠를 갈고

혼자선 무거워 들지도 못하는 원목 상을 짜다가

젊은 나이에 망한 아버지

 

어느 날 펼쳐 본 걸레가

아버지의 구멍난 난닝구여서

아버지 옷을 걸레로 쓰면 어떡하냐고 

할머니께 볼멘소리를 할 만큼 나는 아버지를 사랑했다.

 

연탄장사도 하고

밭을 얻어 배추장사 무장사도 하고

축에 몰린 대마처럼 사신 아버지

 

얼었다 녹을 때마다 나이테 한줄씩 새겨서

온 몸이 나이테가 되신

일흔여덟 아버지의 빈 손을 

나는 아직도 힐끔거리며

백원짜리 하나 더 가지고 계시기를 기도한다.

 

강가에 자갈을 내려주고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듯

 

 

201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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