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뼈다귀해장국집에서

박상화 0 1,287

 

 

 

새벽 뼈다귀해장국집에 앉아

평생 모아 땅에 묻었다가

탈탈 털린

달덩이 같은 감자를 본다

 

좁고 작은 방에서 

곧추 세워볼 일 없었던 등뼈는

우거지를 끌어당겨 덮었다

 

소금땀도 눈물도 짜가운 것을

늘 자작자작 졸여대는 인생

시골 개울물처럼 차고 맑은 것이 사무쳐

소주 한 컵으로 

새벽을 바글바글 끓이는 사람들

 

감자와 등뼈와 우거지들의

모락모락한 김과 왁자한 소리에

투가리 속 국물같이 뻘건 새벽 뼈다귀해장국집

 

삼십년 넘게 갈아온 연장같은 손으로

뼈를 쪽쪽빨다

탁하고 내려놓던 그 빈잔도

새벽 조문을 마치고 이승을 떠났다

 

유리 미닫이문의 밖은 

눈이 토닥토닥 덮이는 겨울밤이었다가

꽃잎 날리는 봄밤이었다가

빗줄기 서서 들여다 보던 여름밤이었다가

허연 서리 얹고 드르륵 문을 여는 가을밤이었다가

 

내가 거기 가 앉아

내 맘같이 움푹 패인 숟가락으로

아직 따뜻한 투가리 속 국물을 한술 떠 먹으면

어느새

너희가 하나씩 와 앉으며

술은 해장술이라고

눈시울 뜨거워지는 

어린 나를 가르쳐 줄 것만 같다

 

201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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