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마흔다섯번째 가을

박상화 0 981

 

 

 

거둘 것 없는 가을은 쓸쓸하다

저 혼자 부풀어 오른 달이

밤 하늘에 걸리도록

우리의 들엔 잡초만 무성하구나.

낫 하나 갈 줄 모르고

호미 한번 쥐어보지 않고

취하고 토하며

세상을 굴려간다고

거나하게 전태일을 씹고 마셔온 여름을 지나 

이제 빈 손의 가을이다.

잡초는 키를 넘겨 자랐고

밤을 잊은 술꾼의 무용담에

아이들은 숨막혀 죽어가는구나.

전태일의 불꽃을 따먹고

침만 튀길 줄 알았지,

아무것도 키운 것 없이

"어른들이 우리를 지켜줄 줄 알았다"던

올망종망한 어린 것들을 앞세우고

쓸쓸한 폐가에

겨울이 온다.

 

2015.10.12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카테고리
반응형 구글광고 등
최근통계
  • 현재 접속자 10 명
  • 오늘 방문자 378 명
  • 어제 방문자 521 명
  • 최대 방문자 2,936 명
  • 전체 방문자 465,144 명
  • 전체 회원수 15 명
  • 전체 게시물 15,811 개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