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멈춤

박상화 0 1,037

 

 

 

내가 열살때

학교를 가던 이른 아침 시간에

동네 중국집 문 밖에서

빨개벗고 

고개를 숙이고 서 있던 급우

 

쌀쌀한 가을 날 아침이었다

그의 몸은 빨갛게 얼어 있었다

부모가 없어서

중국집에서 잔 심부름을 하며

그 작은 어깨를 버티던 아이가

무슨 잘못을 해서

벌을 받는 거라고

꼬추를 내 놓고 한사코 손을 뒤로 숨긴 아이를

학교에 가던 학생들은 킥킥대었다

 

지나가는 어떤 어른도 

제 옷을 벗어 그 아이를 덮어주지 않던 쌀쌀한 아침

마침내 어떤 아주머니께서 남루한 가디건을 벗어 

그 언 애를 싸줄 때까지

발이 떨어지지 않던 나도 얼어 있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김득중 지부장

 

공장에서 쫒겨나 매만 맞던 그가 

빨갛게 언 등에 맷자국이 선명한 그가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단식을 시작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빨갛게 언 그 소년의 맷자국진 등을 떠올리고

출근이 바쁜 구둣소리들 속에서

잠시 멈춘 

남루한 가디건 한장이 그리워지는 것이었다. 

 

 

20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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