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유리벽 - 아사히 사내하청 노동조합 투쟁에 부쳐

박상화 0 1,111

 

 

 

주면 주는대로 받고,

버리면 버리는 대로 버려졌다.

우리의 임금은 국가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했고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는 것이 아니었다. 

9년동안 한번도 변하지 않았던 불문율!

유리처럼 얇고 깨지기 쉬웠던 우리들의 노동은 

휘어지는 유리를 딛고 서서 벌을 받는 것처럼 슬펐다.

 

이제 우리들의 유리는 깨졌다.

 

보이면서도 안보이는 척,

들리면서도 안들리는 척,

월100만원짜리 유리방에서

우는 아이들의 입을 틀어막고

숨죽이며 살던 조그만 세상은 깨졌다.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할 수 없다면 노예다.

 

생계의 채찍을 맞아도

침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

비굴해야만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면,

정규직, 비정규직, 하청, 임시직

아무리 이름표를 나눠 붙여도

노예는 노예다. 

노예를 갈라 나누고 줄을 세우고

서로 삿대질하게 만들던 시간은 깨졌다.

 

합법 노동조합을 만들었을 뿐이었다.

사측은 즉각 원하청 계약을 해지하고

하청회사는 해고를 단행했다.

 

침묵과 비굴로 버티면서도 

우리를 보호하는 갑옷인 줄 믿었던 우리의 유리벽은

오래전부터 깨져 있었던 것이었다. 

아니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었다.

 

사측은 신뢰의 관계를 만들 생각도 없었고

마치 노동조합을 만들기를 기다려왔던 것처럼

전기공사를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작전처럼 해고수순을 밟았다. 

우리는 협력의 노사가 아니라 작전의 대상이었다.

 

이제 우리들의 유리는 깨졌다. 이것은 확실하다.

너희의 작전으로는 다시 붙일 수 없다. 

 

작전의 유리벽은 우리를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았다. 그러므로 기다려라.

깨진 유리를 녹여 붙이듯이

우리가 얼마나 뜨겁게 달구어져 

우리의 보호벽을 두껍게 생산해 내는지를.

 

 

2015.8.31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카테고리
반응형 구글광고 등
최근통계
  • 현재 접속자 1 명
  • 오늘 방문자 220 명
  • 어제 방문자 521 명
  • 최대 방문자 2,936 명
  • 전체 방문자 464,986 명
  • 전체 회원수 15 명
  • 전체 게시물 15,811 개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