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찬찬히 기워진 버들치마 살짝 들추고
키 큰 미류나무 지나 지평선 너머
뜨겁던 여름이 지네.
아빠는 크레인에 올라, 날 선 달빛을 밟고
어린 딸은 아빠를 수 놓아 긴 밤을 덮는다니,
귀 먹고 눈 먼 세상 섭섭하매
조선소의 벗들은 그라인더 들고 뚝뚝 지는 땀방울만 가네.
이 설움 다 갈면 내려 오시려나
잠시 허리펴고 손그늘 들어 보면,
하늘은 묵은 솜을 틀어 말리고
구절초 피어 소금밭처럼 먼 언덕을 덮었네.
어떤 부귀도 가난하여졌고
피를 딛고 선 자는 반드시 고름되어 무너졌나니.
사람의 말은 바람과 같아
한숨처럼 사라지고 흔적 없으나,
크레인에 앉아계신 아빠의
말없던 한숨소리 어찌 지워지리.
내일은 저 슬픈 이별이 나의 것이리.
하얗게 갈리는 달빛 아래
서늘할 가을이 돋네.
2015.8.8
- 거제도 대우조선소 하청비대위 강병재 위원장의 크레인 고공농성에 부침.
* 그런데, 발표는 아래의 글로 대신했다.
<9월>
아빠는 크레인에 올라, 날 선 달빛을 밟고
어린 딸은 아빠를 수 놓아 긴 밤을 덮네.
세상은 귀 먹고 눈 멀어
조선소의 벗들은 그라인더 들고 뚝뚝 지는 땀방울만 가네.
크레인에 계신 아빠의 긴 한숨소리
어찌 어둡다 지워지리.
하얀 달빛 아래
아빠와 기다리는 발자욱 소리.
(2015.9.1)
- 거제도 대우조선 강병재위원장의 고공농성에 부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