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입추立秋

박상화 0 2,175

 

 

 

찬찬히 기워진 버들치마 살짝 들추고 

키 큰 미류나무 지나 지평선 너머 

뜨겁던 여름이 지네.

 

아빠는 크레인에 올라, 날 선 달빛을 밟고

어린 딸은 아빠를 수 놓아 긴 밤을 덮는다니,

 

귀 먹고 눈 먼 세상 섭섭하매

조선소의 벗들은 그라인더 들고 뚝뚝 지는 땀방울만 가네.

 

이 설움 다 갈면 내려 오시려나  

잠시 허리펴고 손그늘 들어 보면,

하늘은 묵은 솜을 틀어 말리고

구절초 피어 소금밭처럼 먼 언덕을 덮었네.

 

어떤 부귀도 가난하여졌고

피를 딛고 선 자는 반드시 고름되어 무너졌나니.

 

사람의 말은 바람과 같아

한숨처럼 사라지고 흔적 없으나,

 

크레인에 앉아계신 아빠의

말없던 한숨소리 어찌 지워지리.

 

내일은 저 슬픈 이별이 나의 것이리.

하얗게 갈리는 달빛 아래 

서늘할 가을이 돋네.

 

 

2015.8.8

 

- 거제도 대우조선소 하청비대위 강병재 위원장의 크레인 고공농성에 부침.

 

* 그런데, 발표는 아래의 글로 대신했다. 

 

<9월>

 

아빠는 크레인에 올라, 날 선 달빛을 밟고

어린 딸은 아빠를 수 놓아 긴 밤을 덮네.

 

세상은 귀 먹고 눈 멀어

조선소의 벗들은 그라인더 들고 뚝뚝 지는 땀방울만 가네.

 

크레인에 계신 아빠의 긴 한숨소리 

어찌 어둡다 지워지리.

 

하얀 달빛 아래 

아빠와 기다리는 발자욱 소리.

 

(2015.9.1)

 

- 거제도 대우조선 강병재위원장의 고공농성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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