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이른 봄, 고공의 밤 - 노동자들의 고공투쟁에 부쳐

박상화 0 923

 

 

해를 훔친 도적도 정승이 되고

꽃들도 뇌물을 빨아올려야 망울을 터트렸다

여름 볕과 겨울 그늘이 팽팽히 대치하는

봄이 왔다는 인적없는 골목 어디쯤

 

영역을 넓히는 그늘을 막을 수 없으니

이대로 저녁이 주저앉고

저벅저벅 캄캄한 밤이 오겠구나

밤새 된바람 불고 찬 서릿발 몰아 치겠구나

 

먹고 튀는 자본의 밤

부당한 해고의 올가미를 씌운 밤

하청, 재하청 겹겹이 쳐진 장막의 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살 수 없는 덫의 밤

죽어간 사람들이 생각나 

혀끝이 타는 밤

 

누군가 또 허공에 목을 걸고

살고 싶어서 오들오들 떨게 될 이른 봄, 고공의 밤

아득한 기다림의 밤

빙하기를 통과한 씨앗처럼 

단단한 꿈 한톨 만으로 견뎌야 할

기나긴 밤

 

 

201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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