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견디자, 맹자누나 - 재능노조 2732일째 노숙투쟁에 부쳐

박상화 0 1,074

 

 

 

견디자. 

불어오며 데워진 미지근한 바람도 견디고, 

달구어져 뜨거운 공기도 견디고, 

답답하고 느릿느릿한 시간도, 시간도 견디자.

 

창궐한 역병도 빨갱이라는, 

칫솔도, 컵라면도 무기라는 권력의 허위를 견디고,

숨보다 먼저 타버린 부모와 

지열보다 먼저 이글대는 해고자의 비명을 견디고,

밥줄에 묶여 마음껏 저 거리를 활보할 수 없는 

초여름 오후 2시 행인의 침묵을 견디고, 

가슴 아픈, 말할 수 없이 아픈 

가족의 빈곤도 견디자.

무엇보다 사람을 미치게 하는

멀고도 텅빈 말들, 그것도 견디자.

 

견디는 것이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일 때,

돌아서지 않고

힘들어 떨리면서도

이 자리에 서서 견디는 것이

마침내 문을 여는

단 하나의 방법일 때,

 

그만 못 참고

불을 싸질러 버리고 싶을 때에도

서럽던 생각을 해서 엎드려 엉엉 울고

그러고 견디자

견디는 사람에게는 하늘도 열리고 땅도 열린다

가장 힘센 사람은 견디는 사람이다. 

 

 

2015.6.12

 

* 재능노조 유명자님과 페친이 되었다. 그의 페북을 읽으며 나는 사람이 대책을 세울수 없는 말금한 하늘에, 금이 가고 문틈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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