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고백

박상화 0 953

 

 

나는 힘을 주겠다고 동지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날로 패색이 짙어가는,

때론 잔바람결에도 일렁이고야마는,

성마르고 얕기만한,

내 좁쌀같은 생활을 버티고 일으켜보고자

동지의 싸움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러면 혹시

내가 지지될 것만 같아

미력한 몸에 뿌리를 내린

수없이 많은 핏줄들을 일깨워

허리를 곧추세우고

잎을 펼치는 어떤 작은 잡초와 같이.

밟혀 으깨져도

허리째 꺾여 뽑혀도

어두운 땅 속 어딘가에 뻗어있는

잡초의 실뿌리를 보면

식물의 맥박이 그 안에 살아 숨쉬고

식물의 의지가 그렇게 깊은 것처럼.

내가 지지하는 동지가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한마디에

나는 힘을 받겠다고 동지를 지지하는 것이다

동지의 싸움이 옳기 때문에

그래도 되고 저래도 좋은 

세상에서

자꾸만 흔들리고 약해지는 마음을 붙잡아

옳은 것을 팔지 않기 위해서

그 힘으로 세상을 살아 나가기 위해서.

세치 혀로 그를 지지한다고 한없이 가볍게 나는 부르지만

짧게 고맙다고 하는 그의 말 한마디에 얹힌 고통의 무게가 

나를 일어나 걷게 한다.

생각하면

준다는 것은 얼마나 많이 받는 것인가.

심장이 두근거리도록 많이 받기 위해서

심장이 두근거리도록 많이 받는 것이야 말로 

살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동지를 지지하는 것이다.

 

 

201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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