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시간도 땡볕에 녹아내리는 오후, 나는
땡볕과 싸우고 있는 사람을 생각한다.
한없이 좁은 곳에서
더운 바람결에도 흔들리지 않고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을 생각한다.
기다리는 것이 간절한 일이기 때문에
비오듯 흐르는 땀줄기도
얼어붙는 숨결도
뼈째 덜덜 떨리는 아픈 소식도
기다림을 위하여 싸워내는
그는,
지난 겨울 찬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던 사람
어제의 꽃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던 사람
몇년이고
몇년이고
흔들림없이
기다리는 사람이 올 것을 믿고 기다리는 사람
기다리다
해가 저물고 밤이 와도
그만 접고 일어나 돌아가지 않는 사람
기다리는 그 자리 외엔
그 마음이 돌아갈 곳이 없다고 생각하며
때론 속으로 흘러 굽이치는 눈물도
솟구치는 분노도
이를 악물면 싸워 낼 수 있고
기다리면
기다리는 사람은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사람
2015.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