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눈물의 전사

박상화 0 984

 

 

 

사자여, 초원의 전사여

지금은 사막이 된 언덕의 깃발을 지키는 자여

탐욕으로 불타오르는 금빛 모래 능선을

초원의 군대로 바꿀 자여

사소한 목숨들이 갈증에 굽혀

사막의 그늘 아래 몸을 접고,

수없이 많은 화살을 몸에 꽂고 선 패장을 바라보듯

수없이 많은 햇살을 몸에 꽂고 선 그대를 바라본다.

마치 전사가 지기라도 바라듯

그리하여 자신들의 선택이 현명하였음을 원하듯

끝없이 울렁이는 사막은 그러나

아득한 아지랑이 너머 

신기루 너머 

몇 개의 천막을 품고

빛나던 초원의 영광을 꿈꾸고 있나니, 

전사여, 그대들의 눈빛만큼은

푸르른 초원의 아름다운 기억을 숨기지 못하리라

구름도 타버린 하늘

쓰러진 동지들의 뼈가 모래바람에 덮여가고

오직 낮과 밤 만이 더듬더듬 찾아오는 사막이건만

갈증은 그대를 무릎 꿇리지 못하였고

고독도 그대의 목을 떨구지 못하였다

오로지 뜨거운 눈물만이 그대를 지킬 수 있으리니

전사가 선 자리, 사자의 그림자가 드리운 영토에

초록빛 풀이 자라나고

그 대지 아래에

작지만 또랑또랑 흐르는 물소리가

눈물의 전사, 그대의 귓전에 들리리라.

 

 

2015.5.29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카테고리
반응형 구글광고 등
최근통계
  • 현재 접속자 1 명
  • 오늘 방문자 33 명
  • 어제 방문자 609 명
  • 최대 방문자 2,936 명
  • 전체 방문자 466,025 명
  • 전체 회원수 15 명
  • 전체 게시물 15,811 개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