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사자여, 초원의 전사여
지금은 사막이 된 언덕의 깃발을 지키는 자여
탐욕으로 불타오르는 금빛 모래 능선을
초원의 군대로 바꿀 자여
사소한 목숨들이 갈증에 굽혀
사막의 그늘 아래 몸을 접고,
수없이 많은 화살을 몸에 꽂고 선 패장을 바라보듯
수없이 많은 햇살을 몸에 꽂고 선 그대를 바라본다.
마치 전사가 지기라도 바라듯
그리하여 자신들의 선택이 현명하였음을 원하듯
끝없이 울렁이는 사막은 그러나
아득한 아지랑이 너머
신기루 너머
몇 개의 천막을 품고
빛나던 초원의 영광을 꿈꾸고 있나니,
전사여, 그대들의 눈빛만큼은
푸르른 초원의 아름다운 기억을 숨기지 못하리라
구름도 타버린 하늘
쓰러진 동지들의 뼈가 모래바람에 덮여가고
오직 낮과 밤 만이 더듬더듬 찾아오는 사막이건만
갈증은 그대를 무릎 꿇리지 못하였고
고독도 그대의 목을 떨구지 못하였다
오로지 뜨거운 눈물만이 그대를 지킬 수 있으리니
전사가 선 자리, 사자의 그림자가 드리운 영토에
초록빛 풀이 자라나고
그 대지 아래에
작지만 또랑또랑 흐르는 물소리가
눈물의 전사, 그대의 귓전에 들리리라.
2015.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