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누룩꽃 투쟁 - 부산 생탁민주노조 투쟁에 바쳐

박상화 0 1,476

누룩꽃 투쟁-2

      - 부산 생탁민주노조 투쟁에 바쳐

 

 

꽃은 누룩꽃 뿌이라,

하늘은 노오란 하늘 뿌이고.

공일날은 밥읎다꼬 고메 한나 묵고 일하라 카이,

쌔가 만발이 빠지능기라.

우덜 몸땡이 억수로 헐타.

미끄런 공장바닥에 자빠져 다치믄,

"나가라! 일할 사람 천지빼까리다!"케 쌋코,

관리자 말은 퉤 밷으면 법이라카이,

벙어리 시집살이 하듯 씨껍묵어도,

상주가 되가 흰살키 상복이 아룽아룽해도,

인생 종살이 만다꼬 눈물짜게 서럽겠드나

그쟈, 늙은 노동자들 등을 쳐 묵으먼

짠하지도 않드나, 

부산바닥 돈으로 침대 깔고 자는 사장덜이

추집거로 그기 뭐꼬?

 

환갑되어 배우고 민주노조를 만들었다

가난한 시간에만 콕 박혀 살았던 우리,

희끗해진 슬픔을 안고

시청 광고탑에 오른 늙은 노동자가 외친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세상처럼 무거운 생탁통을 지고

허리가 끊어지도록 지고 날라도 날은 밝아오지 않았다. 

막걸리처럼 끓어오르던 힘든 날들

온 몸이 아파도 설움보다 더 아픈 곳이 없었다

이 싸움, 일한 돈 돈려 달라는 이 싸움!

이 싸움, 법대로 하자는 이 싸움!

끝도 못보고 가버린 덕진아저씨가

죽어서도 막걸리를 배달할까 두렵다

생탁은 진덕진 동지의 피가 만든 술이었다

생탁은 지하300미터에서 밤새 앓던 통증이 빚은 술이었다

늙은 노동자의 눈물이 흘러

막걸리통 바닥에 가라앉는 걸 보아라

 

노동조합을 몰랐다면 

통증에 깔리고, 서러워 울면서, 죽음의 한탄을 했겠지.

우리가 50년동안 몰랐던 법,

우리에겐 50년동안 지켜지지 않았던 법,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생탁은 

늙은 노동자의 죽음이 그늘진 서러운 술이다.

문 열어라!

공장을 들어가는 내 뒷모습이 보인다.

문 열어라!

우리가 만든 막걸리가 부산에게 용기가 되었거든,

이제 부산시민들이 우리에게 용기가 되어다오!

반드시 우리가

막걸리 익어 건배하는 날을 보리라! 

단디 하재이!

누룩꽃! 투쟁!

 

 

2015.5.22

 

** 밥읎다꼬 고메 한나 묵고 (밥 없다고 고구마 한개 먹고)

쌔가 만발이 빠지능기라 (얼마나 힘이 드는지)

우덜 몸땡이 억수로 헐타 (우리 부려먹는 값이 얼마나 싼가)

자빠져 (넘어져) 

천지빼까리다!"케 쌋코 (많다!"고 배짱이고)

법이라카이 (법이었으니)

씨껍묵어도 (야단을 맞아도)

흰살키 (하얀)

만다꼬 눈물짜게 (왜 그리 눈물나고)

그쟈 (그래)

짠하지도 않드나 (마음이 아프진 않던가)

추집거로 그기 뭐꼬? (좀스럽다 생각 들진 않던가)

단디 하재이! (투쟁!)

 

------------------------------------------------------------------189

 

<누룩꽃 투쟁-1>

      - 부산 생탁민주노조 투쟁에 바쳐

 

 

꽃은 누룩꽃 뿐이라

하늘은 노오란 하늘 뿐이고

공일날은 밥읎다꼬 고메 한나 묵고 일하라 카이

쌔가 만발이 빠지능기라

우덜 몸땡이 억수로 헐타

미끄런 공장바닥에 자빠져 다치믄

"나가라! 일할 사람 천지빼까리다!"케 쌋코

관리자 말은 퉤 밷으면 법이라카이

벙어리 시집살이 하듯 씨껍묵어도

상주가 되가 흰살키 상복이 아룽아룽해도

인생 종살이 만다꼬 눈물짜게 서럽겠드나

그쟈, 늙은 노동자들 등을 쳐 묵으먼

짠하지도 않드나, 

부산바닥 돈으로 침대 깔고 자는 사장덜이

추집거로 그기 뭐꼬? 

 

술에 물탄듯 흐릿했던 세월

환갑에사 배와가 민주노조를 만들었으나

사장과 노동부 앞에서 

우리는 하수구로 빠져 나가던, 버린 물 같았다

낮밤도 모르고 일만하다 눈 떠보니 아직도 60년대

그 가난한 시간에만 콕 박혀 살았던 우리

나라는 발전했다는데 우린 국민도 아니었던가

전태일열사가 아끼던 어린 시다들이 우리 또래였으니, 

희끗해진 슬픔을 안고

시청 광고탑에 오른 늙은 노동자가 외친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세상처럼 무거운 생탁통을 지고

달에 배달하고 별에 배달하고 

허리가 끊어지도록 지고 날라도 날은 밝아오지 않았다. 

막걸리처럼 끓어오르던 힘든 날들

온 몸이 아파도 설운 가심맹키로 아픈데가 없었다

주말도, 명절도, 자식도, 경조사도 없었던

매일 새벽 네시, 버스도 없는 출근길이 서럽고,

휴가며, 수당이며 매일 뺏기는 것도 모르고 일만해 온 

날마다 밤12시, 퇴근길이 뼈 아펐다

이 싸움, 삥 뜯긴 돈 돈려 달라는 이 싸움!

이 싸움, 앞으론 휴가도, 수당도 법대로 달라는 이 싸움!

끝도 못보고 가버린 덕진아재가

죽어서도 막걸리를 배달할까 두렵다

생탁은 진덕진 동지의 피가 만든 술이었다

생탁은 지하300미터에서 밤새 앓던 통증이 빚은 술이었다

늙은 노동자의 눈물이 흘러

막걸리통 바닥에 가라앉는 걸 보아라

 

노동조합을 몰랐다면 

멫년 더 골빠지게 일하다 

곰팡이꽃 핀 방에서, 한줌의 약을 털어 넣으며, 

통증에 깔리고, 자식에게 짐이 된 게 서러워 울면서, 

죽음의 한탄을 했겠지

토막토막 잘리고 남은 아까운 내 인생,

불쌍한 내 인생, 나머지 토막을 그렇게 살기는 으은다

우리가 50년동안 몰랐던 법

우리에겐 50년동안 지켜지지 않았던 법

근로기준법을 지키고, 

지불하지 않았던 수당을 지불하라카이

 

부산 아재들, 아지매들!

생탁의 막걸리에선 피맛이 나지 않드나?

부산 싸나이, 꽃 같은 가이내들아! 

너희가 마시는 생탁은 땀이고, 통증이고, 눈물이다

늙은 노동자의 죽음이 그늘진 서러분 술이라!

문 좀 깨사라!

담너머 가직한 파란 문을 열고 들어가던 내 뒷모습이 자꾸 보인다.

문 좀 깨사라!

느그가 힘들 때마다 우리가 만든 막걸리가 용기가 되었거든,

이제 우리를 근로기준법과 함께 

공장문을 끌러 도고! 들여보내 도고!

단디 하재이!

 

 

*

설운 가심맹키로 아픈데가 없었다 (설움보다 더 아픈 곳이 없었다)

그렇게 살기는 으은다(그렇게 살기는 싫다)

문 좀 깨사라! (문 좀 열어라!)

가직한(가까운)

끌러 도고 (열어 다오)

단디 하재이! (투쟁!)

 

* 초안이었는데, 순덕누님이 먼저 공개낭송을 하게 되었다. 고친 다음에 낭송을 먼저 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어디서 낭송본을 달라고 하니, 같은 시가 두 본이 공개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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