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인적 드문 책상 귀퉁이에서
끈적끈적한 속을 뽑아 하늘을 가리고
눈 먼 밥이나 잡아 먹으며
목숨도 하루치씩 끊어 먹으며
스스로 던져지지 못하는 돌처럼 옹그리고 살지
바닷속에 가라앉았다는 마음같은 건
언제 어디다 흘렸는지도 모르지
서류더미에 묻혀서
숙성도 안되는 시간들 째깍째깍
답답하지 않으냐
우렁우렁한 목소리들이 물을 때마다
여덟개나 되는 눈동자 뒤룩뒤룩 굴리며
거미줄 수선에만 바쁘지
내가 쌓았지, 이 벽
입에 풀칠이나 하려다 입에 갇혔지
2015.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