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거미의 벽

박상화 0 1,049

 

 

 

인적 드문 책상 귀퉁이에서

끈적끈적한 속을 뽑아 하늘을 가리고

눈 먼 밥이나 잡아 먹으며

목숨도 하루치씩 끊어 먹으며

 

스스로 던져지지 못하는 돌처럼 옹그리고 살지

바닷속에 가라앉았다는 마음같은 건

언제 어디다 흘렸는지도 모르지

서류더미에 묻혀서

 

숙성도 안되는 시간들 째깍째깍

답답하지 않으냐

우렁우렁한 목소리들이 물을 때마다

여덟개나 되는 눈동자 뒤룩뒤룩 굴리며

 

거미줄 수선에만 바쁘지

내가 쌓았지, 이 벽

입에 풀칠이나 하려다 입에 갇혔지

 

 

201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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