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비가 내렸다, 광화문 광장
길을 막아선 겹겹의 경찰차벽은 독재의 얼굴.
몇겹의 벽 너머
자식을 잃은 유족이 경찰에 갇혀 매를 맞고,
몇겹일지 모를 벽 너머에
주인도 없는 청와대라는 집이 있다고 했다.
집에 가자 아이들아
신고하지 않은 슬픔도,
신고하지 않은 추모도 불법이라고 경찰은 단정했다.
추모객이 물대포를 맞고 나뒹굴었다.
폭력은 법이었고 법은 폭력이었다.
모판의 볍씨같은 아이들이 캡사이신 섞인 비를 맞았다.
형 언니들이 아이들과 함께 비를 맞고 울었다.
슬픔의 바닥에,
경찰차벽의 바닥에, 법과 언론의 바닥에,
어른들의 발바닥에,
돈의 바닥에,
더러운 돈의 바닥에 아이들이 가라앉았다
어떤 어른도 아이들보다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지 못했다
50년 전에도 그랬다, 이 광장에서
진실을 감추던
독재자는 아이들에게 쫒겨 달아났었다.
곡우穀雨로부터 며칠 후였다.
2015.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