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평화의 섬 제주의 남녘 바닷가에
봄바람에 잠든 아가고양이처럼 작고 작은 마을
강정마을 있어요.
붉은발 말똥게, 맹꽁이, 제주새뱅이, 기수갈고동, 은어가
웃는 주름 순하시던 하르방 할망과 같이 살고
마을 앞 밤섬 바다에 남방큰돌고래떼 뛰놀며
세계 최대 연산호 군락지가 있는 곳
한라산 흰 눈 녹아 흐르는 시냇물 맑아
낮잠 푸른 하늘에 은빛물결 자맥질하며 떠가고
노란꽃길 파란바다로 구불구불 놀러가는 마을
강정에 가시거든 잊지마세요
군홧발에 짓밟히던 머리 하얀 하르방이
철조망을 휘감고 피 흘리며 울던
2015년 1월 31일 밤
군인과 경찰과 용역들이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몰려와 평화를 물어 뜯던 밤
강정에 해군기지 지어지거든
평화의 무덤이라 이름짓고
카지노, 모텔이 밤하늘을 찌르는그들의 환락을
오래오래 아픈 눈으로 바라보게 될 거예요
찢어진 그물사이에 낀 바다가
포말처럼 하얀 하르방 울음소리를 품고
엎치락 뒤치락 자꾸 출렁이며
시퍼런 슬픔의 날에 제 가슴 베이는 소리,
오래오래 아픈 귓전에 사그라지지 않을 거예요
강정마을을 지켜 주세요.
201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