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인간이냐 아니냐

박상화 0 996

 

 

어떤 이론은 임신이 되었을 때부터 인간이라 하고, 

어떤 이론은 출산부터 인간이라 한다더라.

어떤 이론은 뇌사를 사망으로 보고,

어떤 이론은 심장사를 사망으로 본다더라.

내가 혼자 인간의 시작과 사망을 가름할 기준을 생각해보니

착취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인간이고

착취가 끝나는 순간이 사망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머니 나를 위해 해고를 감수하시고 오로지 몸을 보존하시며

아버지 나를 위해 모멸도 감내하시고 괴로운 노동도 기쁘게 여기시는

그 시점부터 나이고

자녀가 나를 위해 제 경제의 고통을 감수하며 온갖 비싼기계로 내 생명을 연장하며

결국은 빚을 얻어서라도 비싼 장례비를 물고 비싼 수의를 입혀 땅에 묻은 연후에

상속세금과 은행이자의 마지막 한푼까지 납부하거나

부채가 많아 상속을 포기하면 내 재산의 명의가 바뀌는 

그 순간까지가 나이다. 

 

어머니 임신으로 해고되어도 나는 알 수가 없고

자녀가 상속신고를 하러 은행을 방문하여도 나는 모르는 일이지만

자본주의에서 인간은

그때부터 존재로 살고 그때까지 명의로 사는 것이니

착취의 쓸모가 있고 없음이

생사를 규정하는 갈림길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을 땐

아, 여기까지 밀려왔구나, 

절규하며 장렬할 벼랑도 없는 거구나 싶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어머니의 사랑으로부터 나는 있고

자녀의 존중까지 나는 있었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니

인간이냐 아니냐의 기준이 

착취가 아니고 사랑일 수도 있는 것인데, 

 

어떤 아기들은 나서부터 버려지고

어떤 늙은이들은 죽기 전에 이미 버려지기도 하니,

착취없이 나고 소멸하긴 어려워도

사랑없이 나고 소멸하는 게 가능한 세태이고 보면,

착취의 뿌리가

사랑의 뿌리보다 더 세밀해졌구나 싶다.

 

이 잡스런 생각이 틀렸다고

착취보다 사랑의 뿌리가 더 넓고 깊고 더 힘이 세다고

누가 반박하고 지혜를 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걸 글이라고 쓰고 있는데, 

그러나, 나는 궁금할 따름이다. 

어떻게 해야 인간이 착취보다 앞서는 선한 도덕성을 갖고

어떻게 해야 모든 법치가 착취에 복무하지 않고 선함에 복무하게 할 수 있는지.

 

제자백가중 법가가 전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건 공평하였기 때문이고

유가가 통치이념이 될 수 있었던건 어짊을 숭상하고 비리는 척결하기 때문이었는데

지금의 어떤 법치는 권세와 뇌물을 위해서만 공평하고 

인의는 흔적도 보이지 않으며

백성은 하늘이 아니고 오직 착취의 대상일 뿐이니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 공무를 하는 자들이 어질지못함을 꾸짖어야 할까

 

세월호 문제를 대하는 정치와 법과 언론을 보면 

은폐와 오도와 무능과 비리와 부패와 거짓같은 

부정적인 것만이 보일 뿐

맑고 밝고 공정하고 신뢰있고 명백함 같은 긍정적인 것은 

하나도 보이질 않으니

오로지 착취에 기댄 뇌물과 이해관계만이 

정치와 법과 언론의 판단 기준이라고 말해도

너희가 아니라 말할 수 있겠는가 묻고 싶다. 

 

정치가 국민을 위하여 일함에 사심이 없고

법이 사심없이 공명정대하고자 하며

언론이 공명정대한 진실을 알리고자 노력하는가

진실로 그러하다면 세월호의 진실이 드러나지 못할리 없고

뇌물과 이해관계 때문에 그렇다고 해야 진실이 감춰진 현상이 설명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건대, 정치와 법과 언론을 관장하는 전문가들에게 내가 질문하는 것은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내는 일에 대한 판단의 기준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그 판단의 기준이 무엇인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모든 권력의 총합으로도 세월호의 진실이 드러나지 못하는가.

 

슬프고, 애가 끊어지듯 아프고, 눈물이 나는 백성을 

위로하고 이끌어 갈 판단의 기준도 없이

그저 명찰만 달고 산다면

어떤 역사가 그대들을 일러 부패와 무능이라 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자손이 그 명찰의 명예를 자랑스러워 하겠는가

 

그저 헛헛하고 침만 마르는 백성의 답답함을 알고

이 중차대한 국난에 대해 어찌하여야 좋을지 

각 부가 내부적으로 논의나 해 봤는지도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왜 공무를 담당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제 밥그릇에 스스로를 가두고

대통령 한사람의 뒤에 숨어 입다물고 그저 엎드려만 있는지

백번을 고쳐 생각해도 모를 일이다.

대통령의 권력이 그렇게 막강한가

대통령 한사람만 바꾸면 모든게 바뀔 수 있는 것인가

 

나라가 정의의 근본도 없어

한 낱 미역처럼 돈의 파도에 쓸리고 접히며 제 사욕만 충족시킬 따름이라면

정글과 다름없는 체계를 무엇하러 갖추고 살겠는가

어디서부터 인간이라고 하겠는가

나는 무지하여 

무식하다고 욕을 먹을 지언정

미련한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유식한 사람들에게 묻고 싶을 뿐이다

 

폐가의 잡초처럼 말만 무성하고

슬픈사람들이 떠들다 지치기만 기대고 앉았는 것도 또한

정치와 법과 언론을 관장하는 그대들의 눈에

참혹하지 않은가

 

 

2015.4.12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카테고리
반응형 구글광고 등
최근통계
  • 현재 접속자 2 명
  • 오늘 방문자 560 명
  • 어제 방문자 617 명
  • 최대 방문자 2,936 명
  • 전체 방문자 465,943 명
  • 전체 회원수 15 명
  • 전체 게시물 15,811 개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