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박상화 0 1,033

 

그라인더로 쇳덩이를 긁으며

몸살을 쉬지 못하고

밥알같은 땀방울 뚝뚝 떨구는 친구야,

누구나 숟가락 하나 쥐고 

밥그릇의 바닥을 긁으며 산다지만

친구 밥그릇 더 모질어보여 나는 슬프다

 

하청, 재하청

발주처에서 10억짜리면 하청에 가서 3억에 끝나는 공사

재하청 작업반은 뭘로 공사하나

일은 시작도 하기전에 

원청마다 각각 제 몫이 선공제되고

일을 하면 할수록 빼앗기는 몫도 커지는 바닥

 

아프면 쉬라는 말은 

밥숟가락 놓으라는 말

마스크 값을 아끼느라

폐로 걸러야 하는 쇳가루가 곧 밥이니

안전도 없고

여가도 없는 너의 노동

 

밥그릇에 갇혀 바닥만 닥닥 긁다가

밥그릇에서 탈출하는 날

시신도 명의도 더 이상 돈이 안되는 날

우리 비로소 게으른 햇살이 될 수 있을까

 

혁명도 못하고 

게으른 햇살이 되는 게 꿈이 된 세상에서

잠시 쉬는 봄 볕 쓰레기통 옆

앉은 채 졸고 있는 너의 꿈

 

 

201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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