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그라인더로 쇳덩이를 긁으며
몸살을 쉬지 못하고
밥알같은 땀방울 뚝뚝 떨구는 친구야,
누구나 숟가락 하나 쥐고
밥그릇의 바닥을 긁으며 산다지만
친구 밥그릇 더 모질어보여 나는 슬프다
하청, 재하청
발주처에서 10억짜리면 하청에 가서 3억에 끝나는 공사
재하청 작업반은 뭘로 공사하나
일은 시작도 하기전에
원청마다 각각 제 몫이 선공제되고
일을 하면 할수록 빼앗기는 몫도 커지는 바닥
아프면 쉬라는 말은
밥숟가락 놓으라는 말
마스크 값을 아끼느라
폐로 걸러야 하는 쇳가루가 곧 밥이니
안전도 없고
여가도 없는 너의 노동
밥그릇에 갇혀 바닥만 닥닥 긁다가
밥그릇에서 탈출하는 날
시신도 명의도 더 이상 돈이 안되는 날
우리 비로소 게으른 햇살이 될 수 있을까
혁명도 못하고
게으른 햇살이 되는 게 꿈이 된 세상에서
잠시 쉬는 봄 볕 쓰레기통 옆
앉은 채 졸고 있는 너의 꿈
2015.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