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봄비는 비닐을 뚫고
고막을 뚫고
엄마의 마음 밑바닥으로 흘러가 고였다.
경찰이 포위한 광장의 바닥에
방치된 살인사건의 시신처럼
비닐 한 장을 덮고 누운 엄마아빠
아이들은 비닐 한 장도 없었다.
엄마아빠가 비닐 한 장만도 못했다.
해가 나도
꺼내 말릴 수 없는 슬픔이
어두운 광장에 감금되었다.
먹고 사는 사람들의 침묵속으로
아이들이 가라 앉고 있었다.
정부는 콘크리트같은 돈으로 아이들을
덮어버리고 싶어했고, 언론이 돈을 셌다.
아이들은 힘없이 밟히고 꺾였다.
진실은 돈에 비벼졌다.
아이들은 비닐 한 장도 없었다.
국가가 비닐 한 장만도 못했다.
엄마아빠는 먼 길을 엎드려 걸었다.
밤새 애태워 기도했다. 머리를 깎았다.
광장도 다 채우지 못한 눈물이
눈물이 바다에 가 닿을지 알 수 없었다.
경찰은 콘크리트 벽이었고
언론은 돈위에 기사를 썼다.
아무도 비닐 한 장이 없었고,
모두 다 비닐 한 장만도 못했다.
2015.4.2
* 뭐라고 쓰고 있는 건지 나도 모른다. 그냥 나오는 대로 쓰고 다시 읽어도 무슨 말인지 보이지가 않는다. 말은 어지럽고 사실은 명백했으나, 화가 가팔라서 뭐라고 써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 낡은 쇳덩어리 금고를 배라고 부르고 아이들을 가둔 시대에 대해 모든 어른은 다만 개새끼였다.
- 세월호 유가족 삭발후 광화문 밤샘농성에 부쳐(비가 오는 날 밤/ 광화문 광장에서 비를 가리려고 비닐한장을 덮고 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