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비닐 한 장

박상화 0 1,054

 

 

봄비는 비닐을 뚫고 

고막을 뚫고

엄마의 마음 밑바닥으로 흘러가 고였다.

 

경찰이 포위한 광장의 바닥에

방치된 살인사건의 시신처럼

비닐 한 장을 덮고 누운 엄마아빠

 

아이들은 비닐 한 장도 없었다.

엄마아빠가 비닐 한 장만도 못했다.

 

해가 나도

꺼내 말릴 수 없는 슬픔이

어두운 광장에 감금되었다.

 

먹고 사는 사람들의 침묵속으로

아이들이 가라 앉고 있었다.

 

정부는 콘크리트같은 돈으로 아이들을

덮어버리고 싶어했고, 언론이 돈을 셌다.

 

아이들은 힘없이 밟히고 꺾였다. 

진실은 돈에 비벼졌다.

 

아이들은 비닐 한 장도 없었다.

국가가 비닐 한 장만도 못했다.

 

엄마아빠는 먼 길을 엎드려 걸었다.

밤새 애태워 기도했다. 머리를 깎았다.

 

광장도 다 채우지 못한 눈물이 

눈물이 바다에 가 닿을지 알 수 없었다.

 

경찰은 콘크리트 벽이었고 

언론은 돈위에 기사를 썼다.

 

아무도 비닐 한 장이 없었고, 

모두 다 비닐 한 장만도 못했다.

 

2015.4.2

 

* 뭐라고 쓰고 있는 건지 나도 모른다. 그냥 나오는 대로 쓰고 다시 읽어도 무슨 말인지 보이지가 않는다. 말은 어지럽고 사실은 명백했으나, 화가 가팔라서 뭐라고 써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 낡은 쇳덩어리 금고를 배라고 부르고 아이들을 가둔 시대에 대해 모든 어른은 다만 개새끼였다.

- 세월호 유가족 삭발후 광화문 밤샘농성에 부쳐(비가 오는 날 밤/ 광화문 광장에서 비를 가리려고 비닐한장을 덮고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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