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차를 달려, 갈 길을 가다가
문득 보고야 말았네, 길가에 선 일주문
기둥이 하나인 문이 너였구나
취하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는 산문山門인줄 알았더니
가지가지 꽃을 피우고 선
봄으로 들어가는 나무가 한 그루
구부러졌건 곧건 간에
심지 하나로 타올라 온 삶이었다면
누구에게나 문이 되는 거지
싸우는 노동자들이 올라선
굴뚝이며, 광고탑도 그러하리
하늘을 받치고 서서
고통을 이고 진 사람들에게
봄을 열어 보이리
굳건하게 살아
꽃을 피우네 잎을 드리우네
단 한가지 염원으로 서서 마음을 연
봄으로 들어가는 문이여
2015.3.19
* 일주문은 꿈의 문이다. 기둥이 하나인 문을 어떻게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해리포터에 나오는 4와1/3승강장처럼 보이지 않는 문이다. 그 문을 통과하면 꿈의 세계로 갈 수 있다. 그 문이 어디에 있는가.
꽃을 피우고 선 가로수를 보고 나는 일주문을 보았다. 하나의 기둥, 하나의 심지로 굳건히 살아 꽃을 피우고, 봄을 일으키는 문이었다.
아, 멀리 있지 않았다. 노동자가 앉은 굴뚝이 일주문이고, 광고탑이 일주문 아닌가.
찬 바닥에 엎드려 오체투지를 하는 노동자들이 일주문이고, 연대하여 연좌한 시민들이 하나하나 일주문이 아닌가. 페지 리어카를 끄는 할아버지의 등이, 철거된 마을의 부숴진 문이 일주문이다. 절실한 사람의 마음.
그 문을 찬찬히 지나가면 보이리. 통증에 가려 보이지 않던 캄캄한 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