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고공의 밤 연대의 밤

박상화 0 1,034

 

 

고공의 밤, 노동자이기 때문에

소중한 모든 것들을 접어두고, 버리면서, 버티는 

악다구니의 밤

누가 나의 싸움을 연대하는가

 

밤이 연대한다

달이 연대한다

시골집 개구리가 개골개골 연대한다

어린날의 골목에서 입을 반쯤 벌린 쓰레기통이 연대한다

세상 천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외롭지 말아라, 함께 살자고

지치고 지친 좁은 마음, 내 좁은 시야 속으로

온 몸을 디밀며 연대한다

내 품을 파고 들며 연대한다

 

어디, 어느 노동자가 울더라하면

땅벌떼처럼 모여 연대하는 노동자들 때문에

착취가 정직보다 비싸게 먹힌다는 계산이 

자본가들의 머릿속에

못처럼 옹이처럼 박혀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굴뚝 아래에서, 전광판 아래에서

타오르는 장작을 그저 바라보고 섰는 것 뿐일지라도

혼자있게 버려두지 않는 것이 사람의 마음

불 땀이 가끔 숨을 쉬게 쑤석거려 주고 

볼품없는 나무껍질 하나라도 넣어 주는 것

 

기계도 밥을 안주면 파업을 하는데, 

기계에게는 왜 손해배상 가압류를 물리지 않는가

기계는 해고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고쳐쓰면서

왜 사람은 해고를 하고,

기계는 렌트가 더 비싸다고 사서 쓰면서

왜 사람은 하청에 외주에 빌려 쓰려고만 하는가

 

착취가 정직보다 싸게 먹히고

해고가, 재하청이, 외주가 더 싸게 먹히는 이유

 

누가 울어도 눈길을 줄 여유가 나에게 없고

뭐가 잘못되었는지 생각을 할 시간도 나에게 없고

아이와 놀아 줄 시간조차 나에게 없고

땅벌보다도 못하고

기계보다도 못하고

 

착취에, 해고에, 재하청에 

여유가 없음에, 시간이 없음에

땅벌보다 기계보다 못한 등급에 

아득바득 반대하는 나의 싸움에 누가 연대하는가

 

숨쉬는 모든 노동자들이

노동자들의 잠이, 노동자들의 피곤한 철야가

어린 아이들이

아이들의 미래가 연대한다

내 품에 안겨, 품을 파고들며

순하지만, 접어둘 수 없고 

버릴 수 없는 눈빛으로

 

2015.3.11

 

* SK, LG 희망연대의 강세웅, 장연의 고공농성과 스타케미칼 차광호의 굴뚝농성에 바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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