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된바람이 불 때마다
헤진 가슴이 찢어진 비닐처럼 날렸습니다.
매운 연기는 나쁜 용처럼 또아리를 틀고
굴뚝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전설의 검대신 낡은 키보드를 들고
동상걸린 발가락과 아픈 허리를 추스려
넝마처럼 너덜해진 전투의 날들을
기쁘게 기워 나갔습니다.
말 한마리, 창 한자루도 없이
키보드를 휘둘러 함락시켜야 하는 거대한 성벽,
좁은 굴뚝에 앉아
숨가쁘게 싸우는 아빠입니다.
아빠는 돈 키호테처럼
용기와 꿈과 순수함,
결코 물러서지 않는 강인함을 가졌습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이길수 없는 싸움이라 머리를 저어도
아빠는 이겨야만 하고,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아빠는 아이의 눈동자에서 용기를 길어 올립니다.
해고자로 7년, 바람에 맞서고 모래를 씹어 온
광야의 시간에서
아빠는 이기고 돌아오시리라고
아이의 일기장은 꾹꾹 눌러 쓴 믿음으로 얼룩집니다.
2015.3.9
쌍용자동차 해고자 이창근실장의 트윗투쟁을 응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