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굴뚝아래 장작 -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복기성님에게

박상화 0 944

 

 

한때 나도 꽃 피우던 싱싱한 나무였네

잘리고 쪼개져

이 겨울, 공장 밖에서 말라가지만

웃음 꽃 피우던 나의 노동은

훈장처럼 내 가슴에 새겨져 있네 

 

꽃을 피우고 싶네, 다시 한번

눈 감으면 손이 따라가는 작업공정을

찬 손 잡아주던 야근 커피의 따스함을

 

꽃을 피워오겠다던 벗은 

70미터 굴뚝 위에서 말라가고

벗을 지키는 나는

굴뚝 아래에서 말라가지만

 

야근이 끝나고 공장 문을 나서던

그 어느 새벽인 것처럼

오늘 밤도 나는 

공장 문 밖 난로에 장작을 넣으면서

마른 불꽃이 피워내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겠네

활활 타오르는 꽃을 보겠네

 

 

201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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