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등이 굽은 굴뚝나무

박상화 0 1,128

 

 

 

등이 굽은 굴뚝나무는 

서 있으면 짤릴까봐 등이 굽었대.

그런데 손가락은 

늙은 나무 뿌리같대.

흙 움켜쥐고 선 그 손가락 들어 

뒤통수만 벅벅 긁던 

그는, 

해고로 공장에 들어갈 수 없게 된 

어느 날부터

공장 문 앞에 굵은 뿌리를 내리더니

굽었던 허리를 펴기 시작했대

전봇대보다

굴뚝보다 더 크게 자라서

공장을 내려다 보며 천둥처럼 말했대.

 

함-께-살-자-!

그러자, 그 나무 가지가지에 꽃이 활짝 피었대*.

 

 

*카잔차키스를 인용함.

201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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