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謹弔 故 민경록 -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 故민경록님에게

박상화 0 1,147

 

 

스물아홉, 그대가 내 건 목숨이

사내하청, 비정규. 이 지독한 명찰을 뜯어내고

길을 따라 줄줄이 늘어서

아침을 인도하는 가로등이 되었으면 좋겠다.

 

비틀거리는 칠흑 속을 걸어 와

그대를 부여잡고 힘겹게 슬픔을 쏟아내는 등을 

다사롭게 토닥이는 환함이 되었으면 좋겠다.

 

네살, 일곱살 아이들이

아빠는 깜깜한 게 싫어 가로등이 되었다고

너희 가는 길 언제나 비출 거라고

기억하였으면 좋겠다.

 

스물 아홉, 콩새둥지같은 가족 외엔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에

숨이 막혀버린 故 민경록.

 

 

201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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