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촘촘하고 빼곡한 게 세상이다
못하나 박을 곳 없다
착한 거인처럼 품어주던 공장도 숨이 끊겼다
식어버린 굴뚝을 끌어 안고 나는 서럽게 묻노니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네가 살아나 꽃 피워 주겠는가
어제는 납매가 피었다하고
쌍용의 굴뚝에선
끓는 용광로 같은 춘투의 소식
마른 손 등에 내리는 환한 눈송이처럼
넓은 하늘을 펄펄 날리는 연대의 소식
민주노조를 깨고 돈을 챙겨 도망간
사장은 뼈아픈 후회와 함께 돌아 올 것이다
돌아와
공장에 불을 켜고
우리는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며
굴뚝 위의 집이 하늘을 날아가던
먼지같은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
서로 미안했던 손을 잡게 될 것이다
2015.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