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내가 열살때
학교를 가던 이른 아침 시간에
동네 중국집 문 밖에서
빨개벗고
고개를 숙이고 서 있던 급우
쌀쌀한 가을 날 아침이었다
그의 몸은 빨갛게 얼어 있었다
부모가 없어서
중국집에서 잔 심부름을 하며
그 작은 어깨를 버티던 아이가
무슨 잘못을 해서
벌을 받는 거라고
꼬추를 내 놓고 한사코 손을 뒤로 숨긴 아이를
학교에 가던 학생들은 킥킥대었다
지나가는 어떤 어른도
제 옷을 벗어 그 아이를 덮어주지 않던 쌀쌀한 아침
마침내 어떤 아주머니께서 남루한 가디건을 벗어
그 언 애를 싸줄 때까지
발이 떨어지지 않던 나도 얼어 있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김득중 지부장
공장에서 쫒겨나 매만 맞던 그가
빨갛게 언 등에 맷자국이 선명한 그가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단식을 시작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빨갛게 언 그 소년의 맷자국진 등을 떠올리고
출근이 바쁜 구둣소리들 속에서
잠시 멈춘
남루한 가디건 한장이 그리워지는 것이었다.
201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