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그늘
- 세월호 2주년
4월의 그늘이 아직 차다.
그늘까지 더워지는 날은 오겠는지,
4월의 바닷 속이 아직 차다.
바닷속까지 더워지는 날은 오겠는지,
무심히 환한 꽃에게 묻는다.
묵묵히 환한 볕에게 묻는다.
따뜻한 물결에
평형수 가득 채운 배를 띄우고
물살을 가르며 통곡할 날이
다시 오겠는지 묻는다.
부스럼 걸린 개처럼 헐떡이며
4월의 그늘이 차가운 데 엎드려 있다.
죽은 아가를 묻고 돌아오던 길
길게 늘어져 떨어지지 않던 그늘,
보릿고개보다 어지럽고
총성보다 큰 이명을 참으며
애비가 지나가야만 하는 설움은
저승엔 그늘이 없을 거라는 읊조림같은 것.
이틀보다 못한 이년이
4월의 그늘을 지나갈 때,
짓무른 눈두덩이 비비며
아직은 눈을 뜨고 있어야 할 때,
냉기 서린 4월의 그늘이
투표소 가는 길을 묻는다.
당신의 주권은
2년 전에 침몰되어
아직 바닷속에 잠겨 있었던 게 아니냐고,
바다가 먼저 갈라져야 하는게 아니냐고,
당신보다 먼저
아이들이 투표소에 서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그늘이여, 입을 열어라.*
2016.4.9
* 김수영의 시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