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싸리나무 가지는 구부러져서
코뚜레가 되었다. 안방 낮은 문 위에 걸려
눈을 털어 낸 고개와 어깨를
숙이고 들어 오는 아버지의
후광이 되었다.
등 굽은 할머니는
자주 의자를 받치고 올라
문 위의 둥근 소를 꺼내다
씻기고 쓰다듬으셨다.
까맣게 반질반질해진 코뚜레
이사를 갈 때마다
새 집의 안방 문 위에 먼저 걸려
소같은 아버지, 걸음마다 무탈하시기를
집을 짊어진 우리집 황소
밥 굶지 않고 맘 상하지 않기를
어느 날 싸리나무 가지는
구부러져서
소가 되고
아버지가 되고
울타리가 되었던
싸리나무 가지는 어느날
싸리꽃 환한 큰소일골을 떠나
몸포댕이산 너머 뱀밭잔등이들을 지나
가마골 아랫말 건넛산
일꾼이 밥을 굶으면 천벌을 받는다고
아랫목에 묻어 논 주발밥처럼
뜨신 일꾼을
언제까지고 기다리실
질기고 단단하고 반질반질한
싸리나무 가지
하나
남기셨다
2015.11.25
* 싸리나무는 코뚜레를 만들때 주로 쓰는 나무는 아니다. 어느 날 도시에 살게 된 할머니는 가까이 있는 적당한 나무로 신앙을 만드셨을 뿐이다. 어떤 나무였는지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