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아버지의 손이 제일 부자였을 땐
밤새 집을 때려부수고
도시락 대신
빵 사먹으라고 백원짜리 동전을 내밀던 그 때였다.
장군대신 목수였던 아버지
나무를 잡기 위해 쇠를 갈고
혼자선 무거워 들지도 못하는 원목 상을 짜다가
젊은 나이에 망한 아버지
어느 날 펼쳐 본 걸레가
아버지의 구멍난 난닝구여서
아버지 옷을 걸레로 쓰면 어떡하냐고
할머니께 볼멘소리를 할 만큼 나는 아버지를 사랑했다.
연탄장사도 하고
밭을 얻어 배추장사 무장사도 하고
축에 몰린 대마처럼 사신 아버지
얼었다 녹을 때마다 나이테 한줄씩 새겨서
온 몸이 나이테가 되신
일흔여덟 아버지의 빈 손을
나는 아직도 힐끔거리며
백원짜리 하나 더 가지고 계시기를 기도한다.
강가에 자갈을 내려주고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듯
2015.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