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새벽 뼈다귀해장국집에 앉아
평생 모아 땅에 묻었다가
탈탈 털린
달덩이 같은 감자를 본다
좁고 작은 방에서
곧추 세워볼 일 없었던 등뼈는
우거지를 끌어당겨 덮었다
소금땀도 눈물도 짜가운 것을
늘 자작자작 졸여대는 인생
시골 개울물처럼 차고 맑은 것이 사무쳐
소주 한 컵으로
새벽을 바글바글 끓이는 사람들
감자와 등뼈와 우거지들의
모락모락한 김과 왁자한 소리에
투가리 속 국물같이 뻘건 새벽 뼈다귀해장국집
삼십년 넘게 갈아온 연장같은 손으로
뼈를 쪽쪽빨다
탁하고 내려놓던 그 빈잔도
새벽 조문을 마치고 이승을 떠났다
유리 미닫이문의 밖은
눈이 토닥토닥 덮이는 겨울밤이었다가
꽃잎 날리는 봄밤이었다가
빗줄기 서서 들여다 보던 여름밤이었다가
허연 서리 얹고 드르륵 문을 여는 가을밤이었다가
내가 거기 가 앉아
내 맘같이 움푹 패인 숟가락으로
아직 따뜻한 투가리 속 국물을 한술 떠 먹으면
어느새
너희가 하나씩 와 앉으며
술은 해장술이라고
눈시울 뜨거워지는
어린 나를 가르쳐 줄 것만 같다
2015.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