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임자가 찾아가지 않은 시신은
금굴에 한꺼번에 갖다 넣은거지
파고 묻을 수가 없으니까
나무하러 온 사람들이 보니까
금굴에 뼈가 나와 있더란다
뼈
때리고 잡아 가두고 쌀을 빼앗아 가던
그 여름
배고파 우는 기나긴 매미소리에
하얗게 말리던 뼈
콜레라는 극심한 구토와 설사, 탈수때문에
환자는 미이라처럼 바짝 말라서 죽었다
배곯고 기운 없이 누워있으면 콜레라 환자라고
죽음의 골짜기에 내다 버릴까
말라 비틀어지던 쭉정이같은 삶에서조차 격리될까
두려워 떨던 그의 뼈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쌀을 달라
울면서
어린 것들과 어지러운 거리를 걷던
그 뼈
죽어서도
쌀 좀 달라고
흙 밖으로 불쑥 내민
뼈
비 오고
눈 내리고
바람이 불고
삭아
뭉개져
덮여 흙이 되도록 오랜 세월
아무도
아무도
찾아 추려 맞잡아주지 않았던
그이의 뼈
살아 배곯고
죽어 외롭던 뼈, 아버지
아버지, 죄송합니다 울며 걷던
내 그늘마다
불쑥 불쑥 내밀며
나 좀
나 좀 잡아다오 가는 목소리로
떨며 잦아들던
그 오랜 뼈
2016.1.15